연아가 많이 아팠다.
지나가는 감기인 줄 알았는데 열이 39도를 넘고 기침에 콧물에 난리도 아니었다. 소아과에 네 번쯤 왔다갔다 했나보다. 그만큼 빨리 낫질 않았다. 후두염, 중이염이라고 딱 떨어지게 진단 받진 않았지만 비슷한 증상인 듯했다. 열이 올라서 얼마나 놀랐는지. 심각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지금은 가끔 기침을 하고 진득한 콧물이 나오는 정도.
엄마 생각에는 미세먼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이 좋은 봄에 먼지 걱정, 나아가 호흡기 걱정 하느라 외출이 꺼려진다. 정부는 뭘 하고 있지. 중국 영향이든 오래된 경유차 문제이든 화력발전 탓이든 개선책을 내놔야 하지 않나. 1급 발암물질이란 것도 속 시원히 밝히지 않고.
약을 먹고 나면 늘 입가심으로 비타민을 먹었다. 짜증과 요구가 늘었고 떼도 많이 썼다. 아파서 그랬을 텐데 전적으로 너그럽게 대해주지 못했다. 연아야, 미안해. 아프지 말자. 아프더라도 털 땐 잘 털어내자. 아빠도 고생 많았어.
어린이날 선물도 많이 받았다. 사진은 엄마아빠가 사준 스카프와 슬립온을 착용하고 찍은 것. 엄마는 연아 스카프를 고를 때 기분이 좋아지고 통이 커진다. 유일한 사치 품목이랄까. 내가 두를 것도 아니면서. 사진 속 스카프는 선명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핀란드 디자이너의 도안으로 제작한 상품이란다. 비싼 편이고, 연아도 마음에 들어했다.
엄마는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었다. 이전까진 뉴스나 기사로 사실관계만 확인하는 정도였다. 마음이 괴롭고 불편해 유가족 인터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잘 알고 잘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은 떠나질 않았고, 읽어야 할 일이 있어 다 읽게 됐다. 사연 하나 하나에 묵직한 사랑과 슬픔과 그리움이 깃들여 있었다. 분노와 상실감과 배신감만이 다는 아니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밝혀져야 할 게 있다면 다음 정권 때, 혹은 그 다음 정권, 오래 걸린다 해도 언젠가는 밝혀지리라 믿는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도 읽어야지.
시보다 인생을, 인생보다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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