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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키즈카페

2018. 2. 1. 23:33 | Posted by 기쁨연아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키즈카페를 갔다. 유치원 친구들과 함께.

 

가장 친한 친구들은 아니었다. 연아의 단짝은 따로 있는데 그 친구와 밖에서 만난 적은 없다. 함께 간 아이들 셋은 모두 같은 교회를 다녀서 예배가 끝난 뒤 만났다. 엄마들은 놀이공간과 분리된 룸에 자리 잡았다. 키즈카페를 많이 다니지도 않았지만 룸이란 공간 또한 처음이었다. 문이 없어 아이들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고, 엄마들은 창을 통해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혼자 노는 연아가 눈에 띄었다.

 

새삼 느낀 건데, 우리 연아 얌전히 놀더라. 목소리도 크지 않고 다른 아이들처럼 우당탕탕 하는 모습이 없었다. 집에서는 왈가닥, 말괄량이 같은 면모도 있는데. 남자아이 둘은 원에서도 붙어다니는 사이라 했고 여자아이는 오빠가 있어서인지 남자아이들과 잘 어울렸다. 어느 순간 연아 얼굴에 서운해 하는 표정이 스치는 걸 봤다. 집에 와서 물어보니 불러도 자기들끼리만 갔다나.

 

성당 싫어. 교회 다니고 싶어. 언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교회 유치원이다 보니 교회 다니는 애들이 많을 거고, 아무래도 자기들끼리 더 친해질 수 있겠지.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 자다 깨서 막 우는 거였다. 키즈카페 간 일 때문인가. 역시 소외감을 느꼈나.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정작 연아는 다른 이유를 말했다. 친구들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기우였나. 엄마가 오버했나. 모쪼록 그랬기를.

 

키즈카페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에너지 발산하기에 괜찮은 곳이다. 요즘처럼 공기 나쁘고 놀이공간 부족한 때에는 더욱. 그렇긴 해도 몇 번 가보니 자주자주 갈 만한 곳인가 싶었다. 차라리 공연을 보고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이것저것 경험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엄마아빠는 그렇더라. 연아 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인 거니?

 

엄마들과 보낸 시간은 솔직히 어색했다. 좀 어렵기도 하고. 엄마라고 해서 다 같지 않기 때문일 터. 가치관, 양육 방식,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 다른 것이 당연하다. 예를 들어 영어 교육에 대한 입장만 해도 가지각색이다. 아직은 엄마표로 충분하지, 방과후 활동 정도면 돼, 별도의 교육이 필요해, 영어 유치원에 가야 하고말고 등등. 나는 극성 엄마까진 아니어도 적기에 적절한 뒷받침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축이다. 지금껏 만난 유치원 엄마들 대부분은 사교육에 민감한 편이 아니었다. 대화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생기더라.

 

괜한 오지랖이나 아는 척은 아닌가 싶고. 비교하게 되고. 흔들리기 싫은데 그런 부분도 생기고. 아이 키우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싶어서 다른 엄마들과 교류할 생각은 거의 안 하고 지내왔다. 나이가 들수록 말하는 게 어려워진다. 짧은 시간 안에 별다른 여과 없이 나온 '말'이란 것은 가볍고, 모호하고, 때로는 원치 않았던 의도가 담기며, 사족이 붙고, 그렇기 때문에 왜곡되기 쉽다. 나아가 이것은 관계의 문제가 된다. 정확히 엄마들뿐만 아니라 처음 만난 사람, 친하지 않은 사람,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 친했더라도 이제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말에 자신이 없으면 글이라도 잘 써야 할 텐데. 키즈카페 이야기에서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연아가 방학 때 가본 미술학원은 한 달로 마치고 동네 학원을 계속 가기로 했다. 연아의 선택이다. 아직은 다니던 데가 익숙하고 편한가 보다. 3월부터는 영어 소그룹 수업을 받을 계획이다. 가능하면 방과후 활동 영어, 미술도 신청하려 한다. 다 하고 싶다고 욕심껏 제 의사를 밝혔다. 비용도 만만찮은 데다 힘들어 하진 않을까 염려되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이 원하니까. 모든 교육의 전제 조건은 연아가 원할 때 한다는 것. 엄마아빠는 너 싫다는 거 억지로 시키지 않으련다.

 

연아야, 키즈카페 가고 싶으면 엄마아빠랑 또 가자. 세상엔 가볼 만한 데가 참 많아. 부지런히 찾을 테니 연아가 마음껏 느끼고 즐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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