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야, 연아가 코 자는 동안 엄마는 블로그를 한다.
어제는 겨울학기 놀이수업 첫날이었어. 아침을 먹고 외출 준비를 했지. 연아 옷 입히기, 연아 머리 묶어주기, 연아 얼굴 닦아주기, 로션 발라주기. 보통 이런 순서잖아. 연아 콧속에 코딱지가 있을 땐 면봉으로 떼주는 과정도 들어가는데, 어제가 그랬어. 그런데 연아는 요즘 코딱지 떼는 걸 너무 싫어해. 정확히 말하면 콧속에 면봉을 넣는 게 싫은 것 같아.
그래도 첫 시간인데 예쁘게 하고 가야지 하는 엄마 욕심에 기어코 떼주려고 용을 썼지. 연아는 크게 울었고, 엄마는 크게 화를 냈어. 아. 그게 정말 연아를 위한 일이었을까?
연아야, 엄마가 되고 나면 더 넉넉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봐. 엄마는 전보다 속이 좁고 시야도 좁고 심술궂은 아줌마가 돼가는 듯해 속상하다. 다른 블로그의 육아일기를 볼 때 '우쭈쭈 우리 아기' 같은 식으로 좋은 이야기만 보이면 부아가 났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쓰던 엄마는 엄마대로 노력해서 연아 곁을 지키면 되는데 말이야.
부지런히 육아일기 올리는 엄마들도 많더라. 엄마는 한 달에 두어 번 올리는 게 다지. 연아가 자는 시간에 엄마는 책을 읽거나 글을 써.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단순한 취미나 특기가 아니거든. 엄마는 일을 갖고 싶어. 나를 위해서, 연아를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또 지금은 떠오르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서. 죽을 때까지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쉬는 시간과 자는 시간, 블로그 하는 시간을 줄여 엄마의 작업을 한다.
잘 풀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결과에 대한 기대나 욕심은 많이 내려놓기로 했어.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연아를 돌보는 일이니까.
연아야, 부족한 엄마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딸을 얻어 살아가는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연아가 코딱지 떼는 게 싫다면 까짓 거 놔두면 되지. 언젠가 연아 스스로 코딱지를 부끄러워 하거나 떼고 싶어 하거나 할 날이 올 테니. 연아가 밥을 잘 안 먹는다면 양을 줄이거나 간식을 줄이고, 간을 좀더 해보면 되지. 기껏 만든 밥 반찬 안 먹는다고 화를 낼 게 아니라. 법륜스님이 그러셨어. 엄마가 중심을 잘 잡아야 아이가 심성 건강한 사람으로 큰다고.
연아야, 사랑해. 엄마는 늘 피곤하고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려고 애쓸게. 아직 말하지 못하는 연아가 어떤 마음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헤아려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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