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영성체 준비
연아가 첫영성체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주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처음으로 교리 수업을 받았다. 생각보다 할일이 많다. 교리 배우고 기도문 외우고 예식 연습하는 과정(여기까진 엄마 아빠도 다 했던 건데) 외에 교재 숙제, 성경 필사까지 하게 된다. 안 그래도 귀찮아 하는데 이렇게 뭐가 많아서야 별 탈 없이 끝낼 수 있을까 조금 걱정스럽다. 저녁 먹고 나서 연아는 물론 엄마 아빠까지 성경을 읽고 써봤다. 코로나로 2년 넘게 발길 끊다시피 했던 성당을 연아의 첫영성체와 함께 다시 나가게 됐다.
그사이 친해진 친구와 소원해졌다. 집이 가까워 주말에도 만나 노는 중에 안 맞는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인 점은 연아가 오래 속상해하거나 불편해하진 않았다는 것. 학교생활에서 위축된 것 같지도 않다. 반 분위기가 괜찮고, 여자아이들과 두루두루 잘 지낸다. 그래서 엄마도 꼬치꼬치 묻지 않으려 했다. 연아가 답답한 게 생기면 말해주겠지. 작은 일들에 연연해하지 않는 연아가 되길 바란다. 엄마는 학창 시절에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취약했고, 그게 얼마나 사람을 소심하게 만드는지 알기 때문에.
번아웃 시기를 지나고 있다. 쓰다 멈추고, 쓰다 멈추고. 여태껏 엄마가 슬럼프나 번아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은 낮은 턱에 불과했던 것 같다. 지금은 정말 쓰기가 어렵다. 쓰지 못하는 상태는 어느 정도의 우울감과 무력감을 준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 하는 막막함과 진짜 못 쓰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까지. 이 시기를 잘 넘기면 전보다 나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가즈오 이시구로와 토니 모리슨, 조지 오웰을 읽으며 지나간다. 언젠가 돌아봤을 땐 이 시기가 긴 산책길의 어두운 한 구간으로 기억되길.
전쟁 종식에 개인이, 타국의 개개인이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뭘까. 잘 모르겠다. 모든 크고 작은 전쟁은 나쁘다. 그 점을 잊지 말고 가정 안에서도 끊임없이 상기해야 할 것 같다. 뭐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는데. 미친 전쟁 같은 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단숨에 끝장내주셨음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