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재촉하지 마

기쁨연아 2021. 12. 23. 11:11

 

 

이게 얼마 만인지. 2021년이 끝나가는 시점에 업데이트를 한다.

2학년 연아는 거의 매일 등교를 했다. 대신 아빠가 재택근무를 한 기간이 꽤 됐다. 핑계 같지만, 엄마가 컴퓨터 있는 작은방 쓸 일이 줄어 블로그에도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엄마 글에 매진하기도 했고.

코로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친다.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게 얼마 전인데 3차 예약을 하란다. 연아 또래의 아이들이 접종해야 할 시기도 올 것 같다. 학교에선 간간이 확진자가 생겼다는 알림을 보내온다. 아직껏 그럴 일은 없었지만, 요즘 선별진료소 앞에 줄을 서다 검사받는 경우는 퍽 흔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 일일 확진자 수 10,000명을 예상하고 일일 위중증 환자 수 1,000명을 넘겼으며, 임산부도 입원을 못 해 구급차에서 출산해야 한 그런 시대.

이런 시국에 얼마 전 뒤늦은 휴가를 다녀왔다. 가까운 양평으로 가는데도 엄마아빠가 큰맘을 먹어야 했다. 가능한 한 연아 눈높이에 맞춰 동선을 짰다. 두물머리, 중미산 천문대, 용문사, 토이 박물관, 아프리카 문화 박물관, 곤충 박물관. 평일에 움직였더니 숙소도 그렇고 가는 곳마다 사람이 많진 않았다. 천문대에서 연아는 망원경 관찰이 잘 안 된다며 짜증을 냈지만 별도 보고 달도 보고 별 사진도 아주 멋지게 찍었다. 곤충 박물관에선 꽤 크고 퉁퉁한 꽃무지 애벌레도 스스럼없이 만져보고 구석구석 꼼꼼하게 관람을 했다. 많이 컸다.

곧 열 살이 될 연아가 자주 하는 말은 ‘재촉하지 마’. 잔소리에 민감해지고 주관이 뚜렷해졌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되도록 늦게 자려 하고, 아침에 깨우면 ‘1분만’ 하면서 돌아눕거나 발을 구른다. 여전히 책 읽기를 좋아하고, 밴드 공예나 십자수 같은 만들기 활동도 즐겨 한다. 영어와 수학 공부에 더 욕심내면 좋겠지만, 그게 다 엄마 욕심이란 걸 잘 안다. 연아는 잘하고 있다. 부족하다는 말보다 잘한다는 말을 많이 해줘야 한다. 뭔가를 더 하라고 하기보다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게, 꾸준히 해나가게, 엄마가 몰아세우진 않아도 늘 관심 갖고 있다는 걸 알게 할 것.

전면 등교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부분 등교로 돌아갔다. 12월 말이면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지금은 매일 학교에 가지만 3학년 때는 어떨까. 교과서 권수가 늘고 내용도 어려워진다는데 학원 보충 없이 가능할까. 수영은 여름부터 다시 하면 좋겠는데. 엄마는 어떻게 글을 써나갈까. 미리 해봤자 소득 없는 이런저런 생각도 하게 된다. 모쪼록 연아가 건강하게 겨울을 나고 희망찬 3학년을 맞길 바란다. 직접 경험이 어려운 시대에 간접 경험이나마 풍부하게 할 수 있길. 소소한 일상에서도 영감을 주는 세목들과 자주 대면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