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에게
사랑하는 연아야,
3월 한 달 많이 힘들었지?
6세가 유아 사춘기라던가. 친구 관계로 힘들어하는 시기래.
우리 연아도 그랬던 것 같아. 유치원 가기 싫어하고,
예전 친구 보고 싶다 하고(엄마는 썩 좋아하지 않았던 그 친구),
밥 먹다 말고 엉엉 울었다는 전화까지 오고…
똥강아지- 5세 땐 잘 다녀서 이렇게 힘들어할 줄 몰랐다.
엄마가 걱정 많이 했어. 피곤해 하지 않을까,
괜히 상처받지 않을까,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내색하면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 아닌 척하긴 했는데
다 감추진 못한 것 같아. 오히려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지.
전에는 몰랐던 연아의 성향들도 알게 됐어.
또래 아이들에게 자기 표현, 이를테면 '좋다' '싫다'를 분명히 못 하는 연아.
여러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 한 아이와 놀고 의지(?)하려는 연아.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유치원 생활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이상 가까워지도록 도와줘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더라.
어느 칼럼에서 본 것처럼, 갈등이나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도
자기 할 말 잘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해야 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지금도 엄마는 잘 모르겠어.
밤잠을 못 이루고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참 어려운 문제더라.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안 좋을 것 같고,
시간이 해결해줄 거란 식으로 관망만 하는 것도 아닌 듯하고.
"엄마가 연아네 반 밖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어."
이렇게 말했더니 우리 연아, 얼마쯤 믿는 눈치네.
유치원 안 빠지면 상을 줘야지. 너무너무 가기 싫어하면
땡땡이도 치게 하고. 그렇게 달래고 동기 부여하며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면 되려나.
연아야, 오늘 친구한테 편지 받아왔던데 답장을 써보자.
집에 놀러오라는 초대도 해보고, 기회가 되면 주말에
같이 어울리는 시간도 마련해보자. 너무 힘들이진 말고 자연스럽게.
우리 연아는 이해심이 있고 집중력도 좋아서, 또 밝아서
그렇게 많이 어렵지 않을 거야. 하고자 하면 뭐든 할 수 있지. 암!
이 와중에 엄마까지 연아를 속상하게 한 적이 있지.
연아의 투정과 삐짐 다 받아주지 못하고 버럭버럭해버렸어.
엄마는 참 바보야. 금세 후회하고 가슴아파 할 일을…
아빠도 일 때문에 연아와 많은 시간 보내지 못하는 걸 미안해 해.
그래도 꼭 기억해줘. 엄마아빠가 연아를 사랑한다는 걸.
얼마나 사랑하는지 일일이 의식하지 못할 만큼 아낀다는 걸.
힘내라고 하기보단 같이 힘들어 하자고 말해줘야겠다.
우리 연아,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