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일기

3차 학부모 면담

기쁨연아 2017. 11. 10. 20:43

엊그제 유치원 가서 올해의 마지막 면담을 했다.

 

선생님이 연아 칭찬을 많이 하셨다. 기분 좋으면서 민망할 정도로. 선생님도 잘 따르고 친구들도 잘 챙긴단다. 성격이 밝고 예쁘게 말하며 앉는 자세나 정리 습관도 좋다고 하셨다. 친구들이 다 연아를 좋아한다고.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예뻐요" 같은 말들도 한다니 유치원에서 애교가 많은가 보다. 귀염둥이. 바로 6세 반에 가도 잘할 거라 하셨다.

 

한 가지 문제점은 언제나 그랬듯이 밥 먹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 처음엔 늦게 먹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점점 빨라져서 지금은 연아가 제일 느린 편에 속한단다. 한 숟갈 먹고 얘기하고, 또 한 숟갈 먹고 다른 데 둘러보는 연아.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밥 떠"인데. 시간 정해놓고 먹는 연습까지 해봤었지. 뭘 더 해야 좀 빨라지려나.

 

오늘 아침엔 도로 사정으로 유치원 버스가 늦게 왔다. 그 짧은 사이에 연아를 혼내고 말았다.

 

지난주 혼자 잘 쓰는 마스크를 잃어버려 다른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 선생님들이 항상 챙겨주진 못하는 듯해 혼자 쓰는 연습을 시키고 있다. 미세먼지 수치가 오락가락하고 원에서 바깥놀이를 할 때도 있으니까. 아침에 혼자 써보게 하니 잘하지 못했다. 긴 외투의 지퍼를 올리는 것도 어려워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엄마로서 기다려줘야 했는데 짜증과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그렇게 서두르다 터뜨릴 일이 아니었다. 연아가 얼마나 속상했을까.

 

하원 후엔 계단에서 살짝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에 멍이 들었다. 엄마가 잘 봐주지 못한 탓 같다. 휴. 2차 구강검진을 언제쯤 하면 좋을지 문의해보고 영국문화원 어학센터에도 전화했다. 엄마는 왜 늘 마음이 급한지. 정말 중요한 일들은 챙기고 있는 걸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다. 연아야, 미안. 오늘 미안했어. 밖에 바람 부는 소리가 세차다.